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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분단의 씁쓸함을 담은 첩보영화 <공작>

by 인플럭스 2022. 11. 24.

비밀요원이 된 박석영

3사 출신 정보사 한미 합동 공작대 공작관 소령 박석영(황정민)은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에게 비밀요원이 될 것을 제안받고 안기부에 특채된다. 비밀요원이 되기 위해서 일단 신분세탁에 들어가는데, 일부러 술과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걸려서 전역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업 자금이라고 거액의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 등으로 폐인으로 연기하여 감시망에서 벗어나고 과거를 벗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조선족 핵물리학자를 속여서 한국에 입국시키는 임무를 완수한 그는, 북한이 핵폭탄을 어느 정도까지 완성했는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그래서 박석영은 중국 베이징으로 가서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서 북한 고위층에게 접근하여 핵 개발 진척도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는데. 이때부터 박석영을 가리키는 암호명이 '흑금성' 이 됐고, 이를 아는 사람은 최학성과 안기부장(김응수), 코드원 대통령뿐이라고 한다. 지시에 따라 흑금성은 베이징에서 돈만 아는 속물적인 대북사업가로 활동하는데, 이때 북한 측 무역회사 사장 장성훈을 중국산 농산물을 북한산으로 속여서 밀수출하려다 적발되게 하는 공작을 벌여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게 한다. 북한 당국에서는 이 무역회사 사장을 풀려나게 하려는데 그러려면 25만 달러라는 비용이 들어서 북한 당국 자금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외경제 위 처장 리명운(이상민)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북사업가 박석영에게 접근한다. 결국 리명운은 박석영과 함께 일하기로 하고, 박석영은 석방을 위한 돈 25만 달러와 공안들에게 줄 괴물 1만 달러를 건네준다. 이때 북한 측 보위부 과장 정무택(주지훈)은 박석영을 의심하여 남한의 군사기밀을 모두 가져오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거친 반응을 보였지만, 박석영은 롤렉스 시계를 선물로 주는 등으로 리명운의 환심을 산다. 리명운의 여러 테스트를 통과하여 대북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박석영은 이제 북한의 사업 목적으로 들어가서 핵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이 작전을 위해서 박석영은 북한에서 광고를 찍고 싶어 하는 광고기획자 한창주와 친분을 쌓고 동업하여 회사를 차리는데, 북한에서 남한 쪽 대기업의 광고를 찍는 일을 성사시켜서 북한 곳곳을 답사하며 핵개발 실상을 알아내겠다는 계획이었다. 

북한으로 들어가다

박석영은 북한에서 남한 대기업의 광고를 찍겠다는 기획안을 보여주고, 리명운은 자신들의 결정 권한을 넘겼다며 박석영을 평양으로 초청한다. 그리고 박석영은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서 설득하여 승낙을 받아낸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게 된 박성영은 백두산, 금강산, 개성 등 주요 관광지 답사와 촬영을 하는데, 애초에 목표였던 핵 시설이 있는 평안북도 영변군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지만 결국 발굴 안 된 고구려 능을 알아보자며 설득에 성공하고 답사를 한다. 이렇게 차근차근 일을 진행시키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때 1997년 대선이 가까워졌고 갑자기 박석영에게 안기부에서 북한에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이러면 그동안 쌓아왔던 대북사업가라는 이미지가 깨지고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중국 베이징에 여당 의원들과 상관인 최학성까지 온 상황이 수상해서 박성영은 몰래 도청을 해본다. 그러자 드러나는 진실은, 안기부 쪽은 김대중이 당선되면 안기부가 국가정보원으로 개편되어 힘을 모두 잃어버릴 것을 우려하고 있고, 여당 측은 정치적 이유로 북한에게 돈을 주고 무력도발을 하게 해서 대선에서 북풍으로 김대중을 낙선시킬 계획인 것이 드러난다. 안기부, 신한국당과 함께 북한 쪽의 주전파도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400만 달러를 받은 조건으로 서해 5도에 국지도발을 하려는 계획으로, 이른바 '총풍사건'이었다.

박석영의 위기와 두 남자의 만남

그러자 안기부는 총풍 계획을 덮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언론사에 흑금성의 정체를 폭로하는데, 이 소식을 먼저 접하게 된 리명운은 평양에 있던 박석영에게 한 시간 후에 소식이 퍼질 것이니 한 시간 내에 평양을 떠나라고 한다. 그렇게 박석영은 살아남았고, 북풍사건의 책임자들은 검찰의 구속되었다. 박석영은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런 일을 했는지 회의감을 느끼며 베이징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서 2005년에 북한과 함께 애니콜 광고를 찍는 현장이 나온다. 이효리와 북한 측 무용가인 조명애가 만나서 악수를 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나오고, 현장에 있던 박석영은 북한 쪽 인사들 중에 리명운이 있는 것을 보고는 멀러서 인사를 나눈다. 멀찌감치 마주 서 있다가 인파가 사라진 후 서로를 향해 걸어가며 영화는 끝난다. 이후 그는 대북 사업을 계속하다가 2010년에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를 당해서 징역형을 받아 2016년에 출소했다는 자막이 나온다.

호연지기를 지닌 애국자들 간의 우정

영화 <공작>은 극장에서 처음 볼 때는 밋밋한 영화처럼 느껴졌는데, 다시 보니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두 번째는 좀 더 여유 있게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선을 따라가고, 황정민, 이성민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니, 영화가 훨씬 더 좋게 보였습니다.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결말에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공작>은 '흑금성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황정민이 맡은 박성영이란 인물은 실제로 암호명 흑금성을 썼던 '박채서'라는 사람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성민이 맡은 북한 측 인물인 '리명운'은 실제 북한 정찰총국 및 대외경제위원회 간부인 '리호남'을 바탕으로 합니다. <공작>은 상당 부분 실화에 기반한 역사 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간첩인 흑금성이 북한의 김정은을 접견한 것도 사실입니다. <공작>이 개봉했을 당시 북한 측에서 무척이나 불편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을 접견하는 장면은 탈북 시인 장진성의 에세이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윤종빈 감독이 밝힌 적이 있습니다. <공작>은 액션 없이 드라마와 대사만으로 긴장감이 넘치는 첩보 영화입니다. 처음 <공작>을 보러 극장을 찾았을 때는 어느 정도의 액션은 나오리라고 기대했었는데, 액션은 거의 아니 아예 없습니다. 액션이 없이 드라마의 대사만으로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공작>에서는 호연지기란 무엇인가,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호연지기'와 '애국'과 같은 익숙하지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 단어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공작>의 두 주인공 박석영(황정민)과 이명운(이성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말로 서로 교류하고 탐색하고 일을 해나갈 뿐이지만 이 두 주인공에게는 호연지기가 있습니다. 호연지기의 뜻은 "세상에 꺼릴 것이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말합니다. 애국자 박석영은 또 다른 애국자 리명운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호연지기와 애국심을 바탕으로 서로를 깊게 신뢰하고 정을 쌓습니다. 목숨을 건 애국 활동 끝에 둘은 갑자기 헤어지고, 결국 오랜만에 좋을 일을 기회로 재회합니다. 그 재회 장면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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